세상을 잇다 28

[한겨레21 1238호] 청소년 자해 3부작_부모로부터의 도피 엄친딸의 자해

부모로부터의 도피 엄친딸의 자해 모범생 딸 자해 밝혀지자 싸늘해진 부모… “부모에게 반항심 생겨서 더 자해했다” 한 건물 안을 걸어가는 Wret Y(예명·15)의 뒷모습(왼쪽). Wret Y가 지난해 쓴 일기. Wret Y 제공 “있지, 난 적어도 우리 가족이 사람은 맞다고 생각해. 정 그지(거지) 같으면 성인 돼서 연 끊고 살자고 매번 다짐했어. 근데 엄만 나한테 그냥 기숙사 같은 곳으로 가버리래. 아빤 본인 딸에게 준 방이지 짐승 새끼한테 준 방이 아니래. 오빤 저딴 새끼 그냥 시설 같은 데 버리래. 난 이쯤 되면 궁금해. ‘가족’으로 생각하는데 저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그러고 나서 가출하면 협박해가며 자꾸 찾아. 난 도대체 어쩌란 거야. 아, 가출했을 때 찾는 이유도 본인들 얘기할까 봐 무서워서 ..

[한겨레21 1238호] 청소년 자해 3부작: 자해라는 터널에서 진짜 모녀가 되었습니다

청소년 자해 3부작 자해라는 터널에서 진짜 모녀가 되었습니다 4년 만에 자해로부터 자유로워진 서현이, 딸 손 꼭 잡고 버틴 엄마가 들려주는 기다림의 이야기 청소년 자해. 문제아를 둔 남의 집 일로만 알고 신경도 안 썼는데, 내 아이가 자해를 하고 있었다면? (교육부의 올해 초 조사 결과 중고생 최소 7만 명이 자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기우’가 아니다.) 충격과 공포가 밀려올 테고 어쩔 줄 모를 것이다. 심지어 공부 잘하고 친구 잘 사귀고 ‘부모의 자랑’이던 아이가 부모 몰래 자해를 하고 있었다면? 아이가 자해에 이르기까지 받은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부모도 큰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감에 압도될 것이다. 부모를 더욱 두렵게 하는 건 자해의 지속성이다. 아이가 자해를 완전히 멈추게 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한겨레21] 청소년 자해 3부작 이생망·민모션…아이들을 자해로 이끄는 5가지 정서

청소년 자해 3부작 이생망·민모션…아이들을 자해로 이끄는 5가지 정서 멸망, 고생, 왕부담, 섭섭 그리고 등교 9월20일 ‘자해 대유행, 대한민국 어떻게 할 것인가?’ 심포지엄에서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날카로운 도구로 자기 손목을 긋는다. 허벅지와 팔뚝도 긋는다. 때론 사혈(피를 몸 밖으로 빼는 것)을 하고 위험할 정도로 많은 진통제류 약물을 입에 털어넣기도 한다. 전문가들이 ‘자해’의 범주에 넣는 행동들이다. 아직 정확한 통계 수치는 없으나, 아이들은 이구동성 말한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아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원인은 아이들마다 다르다. 각양각색 이유를 천편일률로 좁혀 설명하려 드는 것은 아이들을 더욱 낭떠러지로 모는 또 다른 폭력이다. 김현수 명지..

[한겨레21 청소년 자해 3부작]고교생 연우, ‘자해알못’ 어른들에게 고함

청소년 자해 3부작 고교생 연우, ‘자해알못’ 어른들에게 고함 “애기 때”부터 자해… 경험·공부·상담 통해 성장 정신과 전문의들도 경청하는 청소년 자해 전문가로 자해를 경험한 고2 연우(가명)가 만든 유튜브 동영상 화면 갈무리. “이 영상은 상투적이며 무책임한 ‘우린 할 수 있어’ ‘우린 최고야’ ‘힘내’ 응원의 메시지는 없으며, 자해 트리거(방아쇠)가 일부 존재합니다. 전문적인 도움이나 마법 같은 변화를 드릴 수 없음을 미리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연우(가명)가 만든 유튜브 동영상 의 서두에 깔린 내레이션이다. 공감과 격려만으로 자해 청소년의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서글플 정도로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다. 영상이 스트리밍(재생)되는 20분 내내 검은 바탕 위에 흰..

[한겨레21 청소년 자해 3부작]‘위로’와 ‘위험’ 사이 자해 콘텐츠

청소년 자해 3부작 ‘위로’와 ‘위험’ 사이 자해 콘텐츠 자해 다룬 노래와 웹툰 유행…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규제 창작자·자해 청소년 “사회가 못한 위로 해준다” 가수 윤오가 지난해 발표한 음반 《1집 김영준》에 수록된 는 올해 8월 ‘자학(학대) 행위’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됐다. 김진수 기자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많이 아프게 된다 해도 이젠 멈춰야 한다는 걸 더 이상 갈 수는 없다는 걸/ (중략)/ 하늘색 도화지에 붉은 피가 흐르고 아름답던 그림들은 새빨갛게 물들어갑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니가 이해를 해준다 해도 내 흉터는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가수 윤오가 지난해 발표한 음반 《1집 김영준》에 수록된 의 노랫말이다. 이 노래는 8월21일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로부터 청소년유..

[한겨레21] 청소년 자해 3부작 ‘자해계’ 운영하는 ‘자해러’ 아시나요?

청소년 자해 3부작 ‘자해계’ 운영하는 ‘자해러’ 아시나요? 교육부 통계 단독 입수… 자해 경험 있는 중고생 7만여 명 SNS에 자해 계정 운영하는 아이들 “자해하면 살고 싶어진다” 전국 정신과 전문의 80여 명이 의견을 나누는 단체 채팅방이 있다. 지난여름 채팅방에서 한 회원이 “자해 청소년 환자가 늘고 있다”고 얘기하자, 여기저기서 “나도” “나도” 댓글이 잇따랐다. 의사들마다 외래진료 한 타임(한나절)에 자해하는 아이가 4~5명이나 된다는 수치가 공유됐다. 당시 이 대화에 참여했던 한 의사는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아이들이 자해로 심리적 고통을 해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전문가들이 청소년 자해의 심각성을 ‘심리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판단하고, 대한..

생존자들: 뿌리깊은 트라우마를 극복한 치유의 기록

[뿌리깊은 트라우마를 극복한 치유의 기록] -여기 소개된 영웅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by 캐서린 길디너 여러 면에서 심리학은 고고학을 닮았다 (17) 트라우마적 외상을 갖고 있는 내담자와의 상담을 적절하게 잘 표현해낸 말이다. 한 인간의 심연을 탐험하기 위해서는 존중과 호기심, 기다림, 경외심이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고 말겠다는 마음을 먹을 때, 이상하게도 풀릴 듯한 문의 열쇠도 작동을 하지 않는다. 열쇠가 들어맞지 않을 때 초조해지고, 좌절스럽고, 포기하고 싶고, 자책하게 되는데, 결국 해답은 고고학자와 같은 태도이다. 쉽지 않다. 이 책은 오랜 기간, 상담 관계를 맺었던 4명의 내담자를 소개한다. 애착장애, 집단트라우마, 아동유기와 방임, 가스라이팅. 제목만 보고 가슴을 막히게 하는 무거움 때문에..

[정희진의 낯선 사이] 일상을 가능케 하는 권력을 생각함

정희진의 낯선 사이 일상을 가능케 하는 권력을 생각함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구호 중 하나는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이다. 이 말은 용감했지만, 저잣거리에 넘쳐나는 남성문화의 일부이자 30년이 넘은 신자유주의 통치 패러다임일 뿐이다. 물론 ‘구조도 구조적 문제도 없다’는 비현실이다. 우주에서 혼자 사는 것도 증류수 같은 현실도 불가능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사회 구조적 문제다. 구조와 구조주의는 다르다. 구조는 사회의 물리적, 정치경제적, 심리적 관계들을 의미하고 이런 상황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 개인은 없다.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개인은 사후에도 성립되지 않는다. 기억되기 때문이다. 반면, 문제의 원인을 개인 몸 외부에서 찾는 사고가 구조주의이다. 성별이든 계급이..

[이태원참사, 생존자 글]선생님,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 이태원 참사 생존자 분이 쓴 글임 1.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사실 생존자는 아닌거 같아요 와이키키 술집 앞에 껴있었고, 압사 사고 골목으로 휩쓸려갈뻔 했던 것도 맞긴 하지만,, 압박이 갑자기 심해져서 발이 안닿았던 것도 맞지만, 숨이 쉬기가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와이키키 술집 벽으로 붙어야 살 수 있다고 난관에서 끌어주신 것도 맞지만, 그때 술집에서 문을 열어주고 대피해서 잘 살아남았고, 10시 40분쯤 부터는 아 살았다 이제 그럼 술 먹고 놀수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했었던지라,, 참사 생존자로 분류는 아닌 것 같아요 생존자로 분류되고 ptsd 고위험 환자로 분류된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자라는 사실에 정신과 치료 연계 시스템을 안내받고 나온 이후, 선생님께서는 내게, 트라우마가 심..

환자에게서 배우기_패트릭 케이스먼트

환자에게서 배우기 - 패트릭 케이스먼트 11장 도그마를 넘어서 (335p) 치료자는 환자가 이전에 경험했던 것보다 더 좋은 신뢰감을 주려고 노력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자신의 경험에 속한 방식으로 우리를 사용할 수 있는 자유도 주어야한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더 좋은 부모'의 역할만 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환자들은 종종 분석가를 사용하여 이전의 '나쁜 대상'을 재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 때 환자들은 원래 대상과의 관계에서는 표현될수 없었던 감정과 접촉할수 있을 것이다 12장 신선한 통찰인가 진부한 생각인가? (347 & 353p) 선입견이라는 걸림돌은 초심자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똑같은 위험이 노련한 치료자를 기다린다.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생각을 게을리 하거나 자신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