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끄적임/일상, 생각 7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작년 10월부터 7월까지 논문의 주제를 붙들고 글을 완성하였습니다. 논문이 막상 완성되니, 이상하게 맥이 풀리고, 허무하기도 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기도 하고 묘하게 현실과 거리를 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굴이 있다면 동굴로 들어가고 싶다는 강한 마음, 현실과 거리두기가 자연스러운 욕구로 올라왔습니다. 현실과 거리두기는, 에니어그램 4번에게는 너무나 큰 숙제같습니다. 마음을 다 잡고 주어진 일상을 무던하게 해나가자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면서.. 오랫만에 라자 요가를 하러 갔습니다. 오늘의 쌍깔빠를 물으시길래,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이 문장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여기에, 있다. 잠시 도망갈 이유도 없고, 해온 결과물에 집착 할 이유도 없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흘러보내면서 지금 주어진 것을 해..

성매매 과정에서 성폭력은 가능하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는 현실

성매매 과정에서 성폭력은 가능하다 –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는 현실 방석집에서 술을 팔면서 성매매를 하는 한 중년 여성은 억울한 목소리로 원하지 않는 성관계가 있었고 이 부분을 성폭력으로 사건을 진행하고 싶다며 전화 상담을 해왔다. 방석집의 특성상 방안에 둘이 앉아 술을 마시던 중에 손님은 강제로 여성을 제압하고 성기를 삽입했다. 손님은 그 전부터 가게에 자주 오던 단골로, 가게 주인의 친구였고 올 때마다 이 여성이 접대를 했기 때문에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술을 팔면서 매상을 올려야하는 입장에서는 웃으면서 접대를 할 수 밖에 없다. 이 웃음은 불행하게도 성폭력 사건을 성립시킬 때는 늘 여성의 발목을 잡는 방해요소가 된다. 그리고 업주는 둘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 없는 ..

[일다] ‘청량리588’ 재개발…여성들은 어디로든 떠나야한다

2016년에 쓴 글이니 벌써 6년이 지났네요. 아직도 서울엔 2곳의 성매매 집결지가 있어요. 성매매 집결지의 생리는 비슷하게 작동되고 있고 재개발의 논리 역시 똑같습니다. ‘청량리588’ 재개발…여성들은 어디로든 떠나야한다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앞둔 거리에서 고진달래 | 기사입력 2016/09/07 [10:42] ※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에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어 국내 최대 성매매집결지인 ‘청량리588’이 사라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청량리 집결지의 성매매 여성들과 만나온 반성매매 인권행동 에서 고진달래 활동가가 여성들의 현재 상황을 전해왔다. -편집자 주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일하다 가려고요’ 청량리 역사 바로 앞, 여자를 사려는 남자들이 넘쳐나고 성매매 일을 하는 여성들에게는 호황의 시기..

내담자의 절망을 견딜 수 있는 분석가의 능력

Trauma and The Thaerapist 는 친족성폭력 생존자와의 치료 작업에서 마주하는 치료자 역전이와 대리외상 관련한 책이다. 그동안 사소하게 넘어가거나 치료자로서의 부족함만을 탓하면서 흘려보낸 감정들이 역전이와 대리외상이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내댐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주고받을수 밖에 없는 관계 역동들은 단순한 치료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고 치료자의 역전이를 분석했을 때 내담자가 현재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훨씬 정밀해질 것이다. 그리고 혼란의 세계에서 경험하는 극심한 고통은 내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폭력의 본질이자 핵심 성격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오늘 읽은 7장의 내용은 치료에 필요한 안전한 경계가 허물어질 때 상담..

'보아넘길수 있는 실패'

하인츠 코헛이 말한 '보아넘길수 있는 실패' 수치심이 크게 발동하는 나는, 부족한 자신을 보아넘길 힘이 부족하다. 부족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자아는 과하게 팽창되어있다. 팽창된 자아로 인해 도달해야하는 선은 높아지고, 그 선에 도달하지 못할 때 내가 나를 수치스러워한다. 완벽할수 없는 것이 인간이고, 잘 하지 못하는 것이 기본값인데 그 기본값을 넘어 더 잘할수 있어야하고, 더 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오만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부족한 나를 보아넘길수 있을 때, 자아는 힘을 뺄수 있다. 힘을 빼고 부족하다고 생각한 나도 보아넘길수 있을 때 건강한 자아가 만들어질 것이다. 내 모습이 아니길 바라는 그 '나'도 기꺼이 끌어안을수 있기를... 상담 장면에서 역시, 더 잘 해내지 못하는 자신에..

불건전한 사회와 상담

2019. 1. 18 지난주 금요일에 그는 결국 한국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사무실 근처로 찾아왔다. 그리고 오늘, 그는 네팔로 갔다. 작년 모 대학 의과대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네팔인의 상담 의뢰를 받고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정말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심하게 위축된 상황이였다. 목소리에는 힘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색한 듯 했지만 그는 물어보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아주 솔직하게 최대한 자신을 오픈하였다. 네팔어와 영어를 섞어 가며, 소통을 하는 것이 충분치 않은 조건임에도 그는 도움이 절박해보였다. 종이에 적어가며, 천천히 언어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말에 집중하면서 들었고, 말했다. 그는 불안이 높고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