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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이 자기애성 성격장애일 때/ 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장애일 때 (한겨레신문 기사)

고진달래 2021. 8. 18. 20:17

 

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 장애일 때: 다정하고 단호하게 나를 지키고 그를 돕는 법우도 라우흐플라이슈 지음, 장혜경 옮김/심심·1만7500원가까운 사람이 자기애성 성격 장애일 때: 자책 없이 침착하게 나를 지키고 그를 돕는 법우도 라우흐플라이슈 지음, 장혜경 옮김/심심·1만8000원

 

<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 장애일 때> <가까운 사람이 자기애성 성격 장애일 때>는 그동안 출간된 여러 심리학 서적과 접근법이 다르다. 여타 책들이 환자 본인에게 집중한다면, 이 책은 환자 곁에서 고통받는 ‘주변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경계성·자기애성 성격 장애 환자는 보통 병식이 없고, 많은 경우 격렬하게 자신의 병을 부정한다. 이런 점은 주변 사람들을 이중의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이들은 환자에게 감정적으로 착취당하면서도, 혹시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끝없이 묻고 자책한다.

 

독일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우도 라우흐플라이슈는 환자임을 부정하는 환자 곁에서 존엄성을 부정당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환자의 이야기는 이렇게나 많은데 그 가족, 친구, 직장 동료에 관한 책이나 자료는 왜 이렇게 없을까. (…) 어떻게 해야 이들이 혼란스러운 감정과 파괴적인 관계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게 도울 수 있을까.” 50여년 동안 심리치료사로 일하며 수많은 환자를 지켜본 그는 환자 본인을 위해서도 환자의 주변인을 보호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환자의 이상 징후를 가장 빠르게 감지하는 ‘조기 발견자’이고, 환자가 치료를 받도록 결심하게 만드는 ‘키 맨’(key man)이다. 겹겹의 방어기제를 갑옷처럼 두른 경계성·자기애성 성격 장애 환자들의 마음에 작은 파동이라도 일으킬 수 있는 건 환자에게 유의미한 관계의 변동뿐이다.

 

지은이는 먼저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의 주요 증상을 일러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의 가장 큰 특징은 ‘불안정’이다. 감정이 요동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자아상이나 자기인식도 시시때때로 변한다. 이런 사람들은 짧고 강렬한 관계를 반복할 뿐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자해나 자살 충동 같은 자기 파괴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전체 인구의 1∼2%가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로 추정되는데, 주변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 같은 사람, 백번 잘해줘도 한 번 잘못하면 사납게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문제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요동치는 환자 곁에선 누구든 ‘귀인’과 ‘쓰레기’를 오간다. 이들의 세계는 흑백이다. 흑 아니면 백, 적 아니면 친구일 뿐이고 중간은 없다. “보통 사람들은 갈등의 순간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지배한다 해도 나중에 정신이 돌아오면 상대가 가진 긍정적 특성을 인정할 줄 안다. 하지만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에게는 그런 여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 같은 사람을 양가감정으로 대하려면 자아가 강해야 하는데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에게는 그 정도로 강인한 자아가 없다.”

 

이런 환자에게는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극단을 오가는 행동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관계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당신이 정한 ‘게임의 규칙’을 따르든가 아니면 관계를 끝내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환자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반복되는 갈등에 휘말려 들어간다면 결국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다.

 

만약 환자가 당신의 상사라면, 그보다 높은 지위의 중재자를 끌어들이는 게 좋다. 책에는 상사의 저녁 식사 제안을 거절했다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들었던 비서의 사례가 등장하는데, 그도 그렇게 했다. 환자가 더 큰 권력을 지닌 특수한 관계에서는 관계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지위의 제3자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환자가 당신의 파트너(애인)이고, 폭력성을 보인다면 신고해서 가해자에게 그의 폭력 행위가 용인 한도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안쓰러운 마음에 환자를 용서하고 넘어가면 환자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지은이는 선을 인지시키고, 이 선을 넘을 경우 가차 없이 단절을 선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자를 고립시킨다는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심리치료를 받으러 온 경계성 성격 장애 환자 중에는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이 너무나 큰 충격이어서 치료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 환자의 주요 증상은 ‘망상’이다. 자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끝없는 성공·권력에 대한 망상이 심하고, 과도한 숭배를 요구한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0.5∼2.5%로 추정되는데, 특히 경제·정치·예술 등의 분야에 많다.

 

건강한 자존감과 뒤틀린 자기애를, ‘상상’과 ‘망상’을 구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은이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는 아동기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니 ①아이 스스로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 상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②상상이 중독의 성격을 띠고 아이가 자꾸만 현실에서 멀어지는 것 같은지를 중점적으로 살피라고 조언한다. 만약 환자가 터무니없는 포부나 계획을 반복적으로 말한다면 개입해서 현실을 말해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답답한 마음에 환자에게 심한 말을 했다 해도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상상의 세계에 사는 이를 보는 건 복장 터지는 일이 맞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 환자는 망상의 힘으로 완성한 완벽한 자아상에 균열이 가는 걸 참지 못한다. 때문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곧잘 타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과하게 죄책감을 표현하거나, 책임을 지려고 하면 오히려 나르시시스트들에게 책임 회피의 기회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 환자를 자녀로 뒀을 경우엔 특히 더 자책을 경계해야 한다. 부모의 원초적 죄책감에, 자녀가 떠넘긴 원망까지 얹어지면 환자보다 보호자가 먼저 무너질지 모른다.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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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hani.co.kr/arti/culture/book/990311.html#csidx95cf3f284738d3f9a931780d8c49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