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내가 주의깊게 본 장면들은 트라우마 외상이 인간의 행동과 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외상은 성폭력 당한 그 순간만 겪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멍자국이 없어지듯, 자연스레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외상은 일상으로 복귀했다고 믿었던 순간에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에 상관없이 불쑥불쑥 일어난다. 성폭력이 일어났던 그 장소와 비슷한 빛을 마주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수 있는 말임에도 가해자가 했던 말이 연상이 되고 내 몸을 스치는 부딪침이 일어날 때면 언제든 연관되는 모든 것들이 그 사건의 기억을 촉발시킨다. 사건의 기억이 촉발되는 순간, 내 몸의 통제권은 나에게 없다. 손이 떨리고, 가슴이 뛰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한발을 떼어야하는데 마음처럼 떼지지 않고, 비틀거린다. 사건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