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내가 주의깊게 본 장면들은 트라우마 외상이 인간의 행동과 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외상은 성폭력 당한 그 순간만 겪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멍자국이 없어지듯, 자연스레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외상은 일상으로 복귀했다고 믿었던 순간에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에 상관없이 불쑥불쑥 일어난다.
성폭력이 일어났던 그 장소와 비슷한 빛을 마주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수 있는 말임에도 가해자가 했던 말이 연상이 되고
내 몸을 스치는 부딪침이 일어날 때면
언제든
연관되는 모든 것들이 그 사건의 기억을 촉발시킨다.
사건의 기억이 촉발되는 순간, 내 몸의 통제권은 나에게 없다.
손이 떨리고, 가슴이 뛰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한발을 떼어야하는데 마음처럼 떼지지 않고, 비틀거린다.
사건 당시 무력하게 당해야만 했던 것처럼 다시 감각들은, 얼어버린다.
빨간불에도 길을 걷게 되고, 기억이 깜빡거리고 (* 해리)
멍하니 있다 옷을 태워버리고, 칼질을 잘 못해서 손을 베고.. 현실 감각을 마비시킨다.
누구나 살면서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경험했느냐가 아니라
트라우마를 어떻게 회복하느냐이다.
사회가 트라우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거기서부터가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는 치유의 첫 걸음이다.
피해자에게 여전히 움직이지 말라고 압력을 가해서 꼼짝못하게 하느냐
아니면
피해를 말할수 있게 하고, 당당하게 처벌을 요구할수 있게 하고, 회복할 권리를 말할수 있게 하는
투쟁할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느냐에 있다.
트라우마의 회복은 결국 통제권을 다시 찾아오는데서 있다.
내 삶에 대한 통제권.
어느 한 사건으로 짓밟혔던 무력한 자아가 다시 살아날수 있게 하는 것은
개인과 공동체, 사회가 함께 해야하는 일이다.
그것이 그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알아볼수 있는 척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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