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잇다/마음을 살피는 영화

(About 거식증) 나는 마리스 I Am Maris

고진달래 2020. 8. 30. 16:08

거식증은 화병처럼 왜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 되었을까
이 사회가 정해놓은 표준화된 여성의 외모가 있다.
그 외모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는 자기 관리 못하는 능력없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고
결국 그 낙인은 여성들 자신에게 화살로 돌아와 자기를 혐오하게 만든다.

마리스는 그런 내적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해왔다.
자신을 바라보고, 외부 세계를 관찰할 눈이 그림에서는 그려지지 않고
고통스럽게 절규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어려서부터 '뭔가 잘못 됐다'라는 생각으로, 걱정이 많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부모는 단순한 불면증이겠지, 나아지겠지 사소한 문제로 만들었고
마리스가 거식증과 자해를 반복하면서 그때서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마리스의 문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는다.
이런 나를 인정했다.
나의 근간을 인정했다.
용서할 시간이다'

행복해도 된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고, 자신이 끊임없이 역겹게 느껴지면서
마리스는 끊임없이 자신을 학대하고 혐오해왔다.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음식을 통해 통제감을 느끼고 싶었던것 같다.
인생은 통제가 안 되고 내 뜻대로 할수 없으니
음식을 통제함으로써 만족감을 채우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 마리스가 요가를 통해서 자신의 몸과 접촉하고 몸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마리스가 배운 인생은...

반복적으로, 이상하고 힘든 것을 마주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늘 즐겁고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어쩌면 인생은 즐거운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답이지 않을까.
인생 자체는 힘듦의 연속이다.
사는 것에 익숙해져가면서 때론 편안함을 느끼다가, 다시 힘들어지는 것이 인생이다.
마리스의 요가 동작이 균형잡혀있다가 무너지는 것처럼
인생 또한 편안하다가도 힘겨울수 있다는 것을 감내하고, 다시 일어날 나의 힘을 믿는 것이 치유이지 않을까.


마리스의 거식증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완전한 치유라는 것은 없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될 때 힘겹고 포기 하고 싶고, 공황이 찾아왔지만
과거의 마리스는 아니다.
알아차리고, 나의 약함을 혐오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근간까지 수치스러워하지 않으면서
다시 일어서는 힘있는 마리스, 지금의 마리스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을까
많은 성취와 부와 물질을 얻었다 하더라도
온전히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굴레 안에서 자신을 미워한다면,
그 성취와 부, 물질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