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소 잇다/소개

다시함께센터, 소식에 실은 글입니다.

고진달래 2022. 12. 1. 14:04

다시함께상담센터 법률/의료/심리지원단에 참가하며

 

심리상담소 잇다 소장  고진


안녕하세요, 2022년 심리지원단에 합류하게 된 상담심리사 고진입니다.

 

반성매매 활동가에서 본격적으로 상담심리사로 전업을 하였습니다. 상담소에 적합한 장소를 알아볼 때부터 그동안 만나왔던 여성들을 상상하며 그녀들이 좋아할만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장소에 들어설 때부터 그녀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안도감을 느낄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싶었습니다. 상담소에 오기까지 고된 일을 겪었을테고 긴장도가 높을거라 예상이 되어 식물들과 아로마 향으로 맞이하고 평화로운 사진과 꽃, 싱잉볼로 여백을 주었습니다. 마음의 긴장이 무장 해제되길 바랬습니다.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상담하는 50분 동안 그녀들이 경험했던 관계와 다른 체험이길 바랍니다. 

자신의 행동을 타당화하며 그 속에 감춰진 욕구를 발견하고, 솔직한 감정이 오가도 안전하다고 느끼며, 나를 드러내도 안심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관계이기를 늘 염두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탓하고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도 많겠지만 이 시간에는 감춰져있던 장점을 한번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여성들이 살아온 과정에서 남긴 상흔이 없어지지 않겠지만 그 상흔으로 자신을 비하하지 않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잘 살아오게 만든 숨겨진 힘을 함께 더 키워내고 싶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이 그녀의 본질을 훼손시킬 수 없고 더 나은 나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기다리고 싶습니다.

 

상담은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치유적 관계로 인해 변화가 일어납니다. 대화 속에서 자신이 이해 되기도 하고 여전히 의심되기도 하고, 나아지고 싶기도 하고 버겁기도 하고,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갖다가도 저항하고 싶은 복잡한 내적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적인 상황을 누군가와 나누고, 변화를 위해 진심으로 그 순간을 함께 머물고, 그 다음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행해나가는 공동의 시간을 보내다보면 조금의 변화가 찾아옵니다.

 

여성들과 함께 하는 작업은 저에게 특별합니다.

반성매매 활동가로 여성들을 만나오면서 여성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심리상담을 공부하게 되었고, 트라우마와 여성들이 경험하는 몸에 대해 늘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성들이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몸의 이완을 위해 필요한 싱잉볼과 아로마, 요가를 공부하고, 여성들의 몸과 심리적 에너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배우려고 합니다. 성매매 현장에서 만난 여성들이 지금의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아마도 전 여성들의 뒤를 쫓아 계속 갈 것 같습니다.

 

환대하는 공간을 가꾸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